공유하기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유고만 독자노선 고수 ▼
동유럽 각국은 구소련과 결별하고 자주노선을 선언한 초기에는 현상유지 안보정책을 선호했다. 경제를 살리고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를 신장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보정책을 추진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불과 10여일 전인 89년 10월 27일. 바르샤바조약기구(WTO) 소속인 구소련과 동유럽국 외무장관들이 모스크바에 모여 “전후 유럽의 국경선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논의도 유럽대륙의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통일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회원국의 결속을 다지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90년 10월3일에는 독일이 통일됐다. WTO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되면서 WTO의 전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91년 3월 31일 WTO 통합군 사령부가 해체됐고 그해 7월1일 WTO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9년 5월NATO설립과55년 5월 WTO 출범으로 본격화된 냉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97년 5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체결된 NATO와 러시아의 ‘NATO 동유럽 확대에 관한 협정’은 냉전의 ‘정치적 마무리’였다. 협정에 따라 신설된 ‘러시아―NATO 합동위원회’를 통해 러시아는 NATO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양측은 △NATO에 가입하는 동유럽 국가에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지 않고 △NATO는 핵무기 배치 의도나 계획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NATO의 동진은 올해 3월 12일 폴란드 체코 헝가리 3개국이 NATO에 가입함으로써 결실이 맺어졌다. 현재까지 신유고 연방을 제외한 동유럽대부분의 국가가 NATO 가입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WTO 붕괴 후 나타난 동유럽의 ‘힘의 공백’을 메우기위해NATO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또NATO 가입으로 안보불안을없앰으로써 경제발전에치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NATO는 1그룹(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과 2그룹(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으로 나누어 가입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러시아 반발 거세▼
그러나 NATO의 동진은 러시아의 우려대로 서방의 세력확대로 나타났다. NATO는 신유고 코소보사태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주권국에 대한 무력개입을 단행함으로써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했다. 이는 NATO의 추가 동진을 막는 크나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