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현대판 샤일록'파문…"장기팔아 빚갚으라" 협박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냉혈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연상시키는 업체가 일본에서 파문을 낳고 있다.

도쿄(東京)경시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일본 최대 대금(貸金)업체 니치에(日榮)의 전직 직원 1명을 공갈미수 혐의로 최근에 체포했다. 이 전직 직원은 채무자의 연대보증인에게 “가진 돈이 없으면 콩팥이나 눈알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직원은 “회수실적이 나빠 문책을 당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며 “사장이 직접 독려전화를 해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회사측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마쓰다 가즈오(松田一男)사장은 “자본주의는 경쟁사회이므로 직원별 할당량은 있지만 회사측은 가혹한 자금회수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쓰다사장은 개인재산 4320억엔(약 4조7520억원)인 일본 8위의 갑부로 전국대금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린 보증인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니치에의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70년에 설립된 니치에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은행의 대출기피를 역으로 활용해 지난해 무려 639억엔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이익이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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