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韓日장수 후손들 400년을 건너뛴 「악수」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임진왜란 당시 맞서 싸웠던 조선과 일본 장수의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한일 무장(武將) 후손 친선회’(회장 조중화·趙重華·78)는 임진왜란 종전 400주년을 맞아 21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임진왜란 당시 양국 무장의 후손들이 만나 화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에서 행주대첩의 명장 권율(權慄)장군의 12대손인 영철(寧哲·71)씨와 이순신(李舜臣)장군의 15대손 재엽(載燁·29)씨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또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파견군 총사령관이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후손 우키다 히데오미(宇喜多秀臣·59) 등 1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처음엔 어색한 모습을 보였으나 곧 웃음띤 얼굴로 악수하고 행주산성 내 충의정에서 임진왜란 종전 4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권씨는 기념사에서 “400년 전 조상들은 서로 총칼을 맞대고 싸울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 후손들은 묵은 구원(舊怨)을 말끔히 씻고 한일 우호관계의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우키다는 “조상들이 풀지 못한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초대해줘 고맙다”며 “우리가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의 다리’가 되자”고 다짐했다.

이번 행사는 임진왜란 연구 사학자인 조회장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이뤄졌다.

2년 전부터 이 행사를 추진해온 조회장은 “양국 후손 가운데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이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만남이 한일간에 진정한 화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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