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화교들 『가족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 입력 1999년 9월 21일 19시 25분


“전화도 모두 불통이에요. 가족들은 무사한지….”

타이베이(臺北) 강진(强震)소식이 알려진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등포화교협회에는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한국 화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화불통으로 대만에 거주하는 가족 친지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불안한 표정을 떨치지 못했다.

국내 화교의 대부분이 산둥(山東)성 출신이면서도 대만 국적을 갖고 있는데다 국내 이주 후 상당수가 대만으로 재이주했기 때문에 이번 지진 소식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연고자의 대부분이 타이베이에 몰려사는 관계로 지진현장과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막상 연락이 닿지 않자 극심한 불안에 빠지는 것은 인지상정. 특히 추석을 맞아 일찍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화교들의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화교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추석귀향’을 앞당기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대부분 화교협회 사무실마다 수십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유국흥(劉國興) 한국화교협회장은 “아침부터 많은 문의전화가 왔지만 우리도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어 막막한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중국음식점 ‘향원’을 운영하는 이향방(李香芳·53)씨도 “대만에 스승인 동시에 양어머니가 아직 살고 있는데 30여회 이상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또 “국내 화교의 대부분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몰려앉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이완배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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