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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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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결과가 독립찬성쪽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독립에 반대하는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가 독립찬성파를 살해하는 등 유혈사태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유엔은 주민투표 결과가 독립찬성으로 나타나면 민간인으로 이뤄진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을 5년동안 잔류시킬 계획이었다.
현재 개표작업중인 유엔은 6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란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4일 발표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리커 부대변인은 2일 “개표결과 독립찬성이 많으면 유엔이 과도기간의 치안을 맡게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유엔이 책임을 맡을 때까지만 질서유지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 대변인은 이어 “과도기간 동티모르에 주둔할 유엔파견단에는 보안군도 포함될 것”이라며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보안군의 성격은 유엔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도 이날 동티모르의 치안유지를 위해 유엔군을 현지에 주둔시키는 계획이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너 장관은 호주가 유엔군 파견논의에 깊이 개입하고 있으며 참여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미국 등은 민병대들의 난동이 위험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 평화유지군 파견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까지 유엔직원 4명이 살해되고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 여러 명이 살해됐다. 동티모르 주도(州都) 딜리를 탈출하는 주민들의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은 3일 민병대가 장악한 서부 말리아나시에 파견된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일부에서는 투표가 독립으로 결정날 경우 독립지지파와 자치파간에 내전이 발생해 동티모르가 ‘아시아의 유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엔 등은 UNAMET가 비무장 사무인력만으로 동티모르인들의 자치정부 수립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군경은 사실상 민병대의 난동을 수수방관하고 있어 개표종료 이후에도 치안유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겉으로는 유엔평화유지군을 수용할 태세다.
현재 미국 호주 포르투갈 등이 동티모르 파병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동티모르의 치안유지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다. 미국은 태평양함대의 기지를 마련할 속셈으로, 400여년간 동티모르를 식민지배한 포르투갈과 동티모르에 인접한 호주는 동티모르에 매장된 엄청난 석유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티모르에 유엔평화유지군을 보내기 위해서는 유엔안보리의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딜리〓강수진기자·워싱턴외신종합연합〉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