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미르딘도…" 러 돈세탁 일파만파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러시아의 돈세탁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총리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제1부총리 등 친(親)옐친 고위 정치 지도자들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9월6일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체르노미르딘과 추바이스 등이 러시아 마피아의 거물인 세묜 모길레비치 등을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도 28일 러시아 정유재벌 미하일 호도로프스키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려 하자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국채를 매각해 거액을 국외로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 마피아 등이 운영하는 국외의 위장회사와 미국 뉴욕은행 등을 통해 돈을 세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 마피아의 돈세탁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정치인들의 수가 늘어나자 러시아 내 각 정파들은 언론 등을 동원해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로고바스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일간 노비예 이즈베스티야는 28일 “서방 언론이 러시아 정계 거물들의 돈세탁 관련설을 잇따라 보도하는 데는 음모가 있다”며 “이는 반(反)옐친 정치연합을 이룬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총리 진영이 12월 총선을 앞두고 친(親)옐친 세력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친(親)루슈코프 성향의 일간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는 이날 “베레조프스키 등이 돈세탁 사건에 관련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 사건은 크렘린궁 주변 인물들의 부패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기태·김기현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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