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주범 아이히만 옥중메모 獨서 곧 출간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나치 독일 하의 유태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책임자로 교수형을 당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옥중에서 남긴 메모가 곧 독일에서 출간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2일 전했다.

32년 나치당에 입당, 친위대(SS)에 들어간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친위대 중령으로 대학살에 앞장섰다. ‘살인기계’란 별명으로 불렸던 그는 독일이 항복한 후 전범으로 곧 수배됐다.

중동지역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피신해 있던 그는 60년 5월 집요한 추적을 계속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돼 62년 5월 이스라엘에서 전범으로 처형됐다. 당시 56세.

공개될 메모는 아이히만이 처형되기 전 2년간 볼펜으로 쓴 노트 1200장. 메모 내용은 한마디로 ‘깃털론’일 뿐 참회의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군인신분으로 명령에 따랐을 뿐이며 자신은 나치라는 거대한 기계에서 톱니바퀴 같은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재판을 받을 당시에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과 같다.

이스라엘 정부는 메모를 공개할 경우 자칫 사형 판결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일반인들이 대학살을 잘못 이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에 독일 학자들에게 학술연구용으로 메모를 넘기면서 반박자료와 주석을 곁들여 출간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아이히만의 자녀들은 재판 당시 검사였던 기드온 하우스너의 비망록을 통해 메모가 남겨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간 이스라엘 당국에 메모 반환을 요구해왔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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