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인체주입 실험…英과학자 12명 체내흡입 자원

  • 입력 1999년 8월 10일 23시 01분


영국 과학자 12명이 핵전쟁이나 핵누출 사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자원해서 위험한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흡입하는 실험에 참여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9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에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핵과학자 에릭 보이스(73) 등 12명의 자원자들에게 플루토늄을 주입한 실험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보이스는 지난해 2월 영국 원자력공사(AEA)에서 극소량의 플루토늄을 흡입했다며 아직 아무런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플루토늄이 사람의 핏속에서 무슨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는 이미확인됐다”며 “우리는 플루토늄이 어떻게 핏속으로 들어가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이스는 “플루토늄은 질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8000만년이나 되기 때문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실험자금은 유럽연합(EU) 방사능방호위원회가 댔으며 결과는 내년에 발표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플루토늄의 인체실험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영국 방사능 노출 감시위원단의 어네스트 녹스 교수는 “플루토늄은 극소량이라도 맹독성을 띠고 있다”며“보이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의학협회 건강정책 및 윤리위원장 비비엔 네이턴슨은 “보이스 본인이 핵 과학자인데다 자원했기 때문에 실험에 윤리적문제는 없다”며 “이는 옛날 의사들이 몸소 백신 실험대상자가 됐던 것과 같다”고 옹호했다.

AEA의 닉 파슨스 대변인도 실험에 자원한 사람들을 ‘용감하고 이타적’인 인물이라고 찬양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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