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로씨, 옥중성금 5만엔 在韓 일본인할머니들에 기탁

  • 입력 1999년 7월 21일 19시 33분


가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재일한국인 김희로(金嬉老·71)씨가 그동안 옥중에서 어렵게 모은 돈을 최근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할머니들을 위해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9년 일본인의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인질극을 벌이면서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그가 차가운 감방에서도 떨치기 힘들었던 설움과 분노를 더 큰 사랑과 용서로 녹여낸 것.

김씨의 후견인으로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석방운동을 펼쳐온 박삼중(朴三中·56·부산 자비사주지)스님은 지난달말 경북 경주시에 있는 재한일본인할머니 수용시설인 ‘나자레원’을 방문해 김씨의 뜻이라며 성금 5만엔을 전달했다.

삼중스님은 “김씨가 ‘내가 증오한 것은 일본인의 차별의식이지 결코 일본인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같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삼중스님이 보낸 돈에는 또한 지난해 김씨의 석방을 기다리다 세상을 뜬 어머니 박득숙(朴得淑)씨에 대한 못다한 효심도 배어있다.

김씨는 석방이 되면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는다며 교도소 노역을 하면서 받은 돈 4만여엔 가운데 매년 1만엔을 별도로 모아왔다.

그러나 어머니 박씨는 끝내 김씨의 석방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91세를 일기로 한많은 삶을 마치고 말았다.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들은 김씨는 나자레원에 이 돈을 기탁할 결심을 하게 된 것.

전달식장에서 삼중스님으로부터 이러한 사연을 전해들은 일본인 할머니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삼중스님은 “김씨가 어머니를 위해 지난 30년간 모은 26만엔의 돈을 재한 일본인 할머니뿐만 아니라 한국의 군위안부출신할머니에게도 써달라며 맡겼다”며 “김씨는 자신의 작은 정성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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