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오잘란 처리」고민…유럽 각국, 사형선고 비난

  • 입력 1999년 6월 30일 19시 59분


터키 정부가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AFP 등 외신이 29일 전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와 국제사면위원회 등이 사형선고 판결에 대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데다 사형 집행시 쿠르드인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형 집행까지는 상급법원의 심의와 의회 승인, 대통령 재가 절차가 남아있다. 최소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 터키에서는 84년이래 15년간 한차례의 사형 집행도 없었다.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아직 오잘란의 구명 가능성이 남아 있어 폭력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PKK는 평화적인 시위를 지시했으며 터키 남동부 거점지역에서의 무장투쟁도 유보했다. 사형선고 판결 후 유럽에서 항의집회는 있었으나 공관점거 사태 등 과격 시위는 없었다.

아시아권 국가이나 유럽권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터키로서 사형을 집행하지 마라는 유럽국가의 목소리가 부담스럽다. 유럽의회는 오잘란을 사형에 처할 경우 터키의 회원자격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터키는 재판과 관련해 외국의 간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3인의 보안법원 판사중 군출신 1명의 존재에 대한 외국의 비판을 수용해 재판도중 민간인으로 교체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터키 국내여론은 ‘공적 1호’ 오잘란을 처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진보성향의 일간지 라디칼은 최근호 사설에서 오잘란을 교수형에 처할 경우 그는 쿠르드인 박해의 상징이 되는 반면 터키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며 사형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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