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오스틴공장,「첨단기업+환경친화」이미지

  • 입력 1999년 6월 25일 20시 04분


16일 오전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오스틴공장. 미국인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조장 4명의 머리를 부하직원이 한올도 남김없이 밀어버리는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이날 삭발식은 야간근무조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념으로 이뤄졌다. 조장들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자신들이 ‘삭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가 실제로 달성됐기 때문일까. 깎는 사람이나 깎이는 사람이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가동 1년만에 완전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3년은 걸려야 제자리를 찾을 거라는 예상을 깨뜨린 것. 매출액도 5월까지 2억8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매출액 2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최대의 PC제조업체 델의 본거지인 오스틴은 ‘제2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지역. 이곳에서 삼성전자는 델을 비롯한 모토로라 AMD 등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인지도는 96%로 조지 부시 주지사(82%)보다 높게 나왔다. 오스틴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답도 56%로 ‘싫다’(20%)를 압도.

96년 이후 채용한 104명의 엔지니어 중 사표를 낸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 다른 업체로 옮기기 위해 회사를 떠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법인장인 이승환(李承桓)전무는 25명인 텍사스주 수자원위원회 이사진에 미국기업들을 제치고 업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첨단기업이면서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뜻.

1000여명의 직원들은 사내 전산망으로 연결돼 있다. 그날그날의 뉴스는 물론, 각 부서가 자발적으로 설정한 생산 목표와 실적 등이 공개된다.

〈오스틴〓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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