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국제평화회의에 육성테이프 보내 연설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평화 없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

암에 걸린 남편을 이역에서 영영 떠나 보내며 가슴만 쥐어뜯어야 했던 미얀마의 재야 지도자 아웅산 수지여사. 그가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평화회의에 군사정권의 감시를 피해 어렵게 보낸 녹음테이프의 내용 중 한 구절이다.

수지여사는 이 메시지에서 “미얀마에서는 여러 종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평화롭게 살아오지 못했다. 서로 믿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뭉쳐 행동하는 것만이 변화와 정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을 녹음한 것은 영국에서 떨어져 살던 남편이 사경에 이르자 부인을 찾아 미얀마에 입국하려 했지만 군사정권이 허락하지 않았던 3월경.

수지여사는 결연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평화는 끌려다니는 삶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때로 평화를 위해 많은 행동을 해야 한다. 평화와 개발, 정의는 모두 연관된 것이다”고 말했다.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은 9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군사정권은 권력이양을 거부한 채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억누르고 있다.

수지여사는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사정권의 인권유린을 응징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가하려는 시도를 지지한다. AFP통신은 경제제재조치 움직임과 아시아 경제위기 등으로 미얀마 경제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군사정권에 맞서고 있는 수지여사의 활동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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