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유전학자『남아프리카에 흑인유태인 있다』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20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의 국경지대에 사는 인구 5만명의 렘바족은 생김새로 봐서는 영락없는 아프리카 흑인.

하지만 이들은 오래전부터 유태인과 똑같이 할례의식과 안식일을 지켜왔고 돼지고기 등 유태인이 금기시하는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유태인이라고 불러왔다. 부족신화에 따르면 그들의 조상은 ‘세나’라고 하는 먼 북쪽의 도시에서 이주해왔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9일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여겨왔던 렘바족의 신화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유전학자인 데이비드 골드스타인의 연구 결과 이 부족의 유전형질이 유태인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골드스타인은 지난해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흑인후손을 입증해낸 남성 유전자의 Y염색체기술을 이용했다. Y염색체는 조상의 유전형질과 그 변형을 보존하고 있다.

골드스타인은 렘바족의 유전형질에서 모세의 형인 아론에서 유래된 유태 사제계급과 비슷한 특징을 발견했으며 이는 유태계가 아닌 민족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렘바족의 기원을 유태민족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세대별로 발생하는 유전형질 변형의 횟수를 계산, 2천6백50년 전 또는 3천1백80년 전에 렘바족이 아프리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렘바족의 유태민족 연관설을 처음 제기한 런던의 투더 파피트 유태인연구소장은 ‘세나’라는 지명이 지금도 아라비아반도 예멘의 한 마을 이름으로 남아있는 사실을 찾아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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