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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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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유고 공습 이후 외국으로 피신한 난민이 곧 25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미 셰어 NATO대변인은 29일 “시간당 약 4천명의 피란민이 알바니아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날 하루에만 8만∼10만명이 알바니아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엄청난 난민이 몰려들자 알바니아 정부는 의약품이 떨어져 다친 사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시거처도 마련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유럽연합(EU)에 긴급지원을 호소했다.
이에따라 EU는 엠마 보니노 집행위원을 31일 알바니아에 보내는 한편 2천만유로(약 2백60억원)를 관련 국가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국경을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고 독일은 8백40만달러(약 1백억원)를 난민구제기금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각국은 특히 대규모 난민유입으로 발칸반도 전체 상황이 불안해지는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NATO는 2만여명의 코소보 난민이 유입된 마케도니아를 주시하고 있다. 난민과 마케도니아 서부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40만명의 알바니아계 주민이 손을 잡고 ‘대 알바니아’ 건설을 위해 알바니아에 지원을 요청할지도 모른다는 것. 이 경우 마케도니아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그리스에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29일 난민유입으로 기존 국경이 무너지면 다양한 민족이 혼합된 불가리아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NATO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지역불안정과 NATO의 균열을 노리고 알바니아계를 국경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셰어 대변인은 “밀로셰비치가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사태를 일으키기 위해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며 “그는 (발칸)지역 전체를 뒤흔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