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선박사건]『수상한 전파 포착』美軍이 日에 알려

  • 입력 1999년 3월 26일 19시 22분


북한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 2척의 일본영해 침범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숨가쁜 추격. 그 과정에서 있었던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괴선박의 존재를 처음 일본에 알린 것은 미군기. 미군측은 노토(能登)반도 근처에서 도청방지용 특수장치(스크램블)로 변조된 전파를 잡고 즉각 자위대에 사용여부를 조회했다.

스크램블 전파를 발신한 적이 없는 자위대는 곧바로 조기경보기 E2C기와 대잠 초계기 P3C기를 문제의 해역에 급파해 괴선박 2척의 위치를 확인했다.

자위대는 괴선박을 추적하는 동안 괴선박이 발신하는 전파를 분석해 북한말(조선어)임을 확인했다. 내용은 “쫓기고 있다”는 급전. 그러나 북한으로부터는 응답이 없었다.

일본 해상보안청을 관할하는 운수상이 위협사격을 허가했지만 순시선은 1시간동안이나 사격을 하지 않았다. 운수성 간부는 “처음있는 일이라 긴장한 데다 괴선박의 후미에 포 발사 장치같은 것이 있어 주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상보안청 순시선으로부터 추격의 배턴을 이어받은 자위대 호위함은 한때 선체에 직접 타격을 주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자위대법상 상대방의 공격이 없으면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데다 문제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단념했다.

자위대는 대안으로서 그물을 던져 괴선박 스크루를 멈추게 하려 했으나 이것도 실패했다. 괴선박이 그물을 요리조리 피해 달아났다.

괴선박은 북한과 러시아 영해의 경계선까지 달아났다가 급히 서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24일 밤 나진(羅津)항 앞바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 시점에서 일본언론들은 괴선박이 나진항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P3C기는 괴선박의 움직임을 계속 추적했다. 2척의 배는 25일 아침 다시 움직여 나진항 밑의 청진(淸津)항에 입항했다.

방위청은 이날 오전 총리와 방위청장관 등에게 보고했다. ‘오늘 아침6시경 괴선박 2척은 청진부근에 도착, 활동을 마친 것으로 보임.’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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