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캄정부, 크메르 루주 지도자 「타목 재판」 대립

  • 입력 1999년 3월 15일 08시 13분


『킬링필드는 휴머니즘 자체를 학살한 것이다. 국제재판에 넘겨야 한다.』

『크메르 루주에 대한 심판은 내정이다. 간섭하지 말라.』

캄보디아 대학살을 주도한 타 목 등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을 국제재판에 넘기는 문제를 놓고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정면대립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12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호르 남 홍 캄보디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현재 캄보디아 사법부는 최소한의 정의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을 반드시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호르 남 홍 장관은 “이들에 대한 단죄는 캄보디아 내정”이라며 아난 총장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동안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해지면 국제재판을 수용할 듯하다가도 느슨해지면 거부하곤 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국제재판 거부 이유는 내정 간섭 외에도 크메르 루주 잔존세력과 내전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훈센은 지난해 정적 라나리드를 축출하고 모처럼 정권기반을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엔은 재판을 캄보디아 정권에 맡기면 면책절차가 돼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크메르 루주 지도자를 국내법정에 세운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유엔은 캄보디아 정권이 국제재판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경제제재를 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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