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게이츠 두 명의 「빌」닮은 꼴]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49분


“세계는 두 명의 ‘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의 이름이 윌리엄(빌은 애칭)으로 같을 뿐만 아니라 여러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교묘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자기 영역인 정치와 컴퓨터에 ‘미친’ 점이 같다. 상원의 탄핵재판(클린턴)과 반독점재판(게이츠)이란 최악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지지도와 재산이 급증하는 것도 공통점.

그러나 두 사람의 출신 배경과 취향은 판이하다.

미시사주간지타임은최근호에서 ‘두 명의 빌에 관한 이야기’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사람을 자세히 비교 분석했다.

클린턴은 아버지도 모른 채 편모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게이츠는 유명한 변호사인 아버지와 ‘미 여자청년연맹’(주니어 리그)회장을 지낸 어머니를 둔 시애틀의 상류층 출신.

위기를 반전시키는 능력에서 두 사람은 타고난 천재라 할 만하다. 클린턴은 34세 때 아칸소주지사 선거 도중 창녀와의 관계가 폭로되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는 듯했지만 오히려 주지사로 당선됐다. 게이츠는 MS가 인터넷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어려움을 딛고 익스플로러를 단숨에 넷스케이프를 능가하는 인터넷 브라우저로 키웠다.

두 사람의 교묘한 말솜씨도 압권이다. 클린턴은 “대학시절에 마리화나를 (피운 적은 있지만 연기를) 흡입한 적은 없다”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 등 변호사 출신다운 화려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게이츠도 반독점재판에서 클린턴 못지않은 교묘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공통점이 많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 않다. 두 사람이 몇년 전 함께 골프를 쳤는데 당시 클린턴은 게이츠가 무미건조한 사람이라고 느꼈고 게이츠는 클린턴이 기술에 관심이 없는데 실망했다고 한다. 그 뒤 게이츠는 클린턴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클린턴은 법무부가 MS를 반독점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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