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 급격 악화]나토-신유고 충돌 위기

  • 입력 1999년 1월 19일 20시 04분


신유고연방 세르비아군에 의한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의 집단학살극을 계기로 코소보사태가 다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신유고는 18일 윌리엄 워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코소보주 휴전감시단장의 출국을 통보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고 OSCE는 출국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신유고담당특사는 이날 미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현상황이 지난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신유고를 공습하기 직전에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던 당시보다 더 위험한 상태라면서 NATO와 신유고가 충돌할 수 있는 ‘비상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유고는 “워커단장이 지난해 10월12일 합의한 코소보 평화협정을 뻔뻔스럽게 위반했다”며 그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선언하고 48시간내에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

워커단장은 코소보주 라차크에서 집단학살된 알바니아계 주민 45명의 시체가 16일 발견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인륜범죄”라며 신유고의 세르비아측을 비난했다. 세르비아는 살해된 주민이 알바니아계 게릴라라고 반박하고 있다.

OSCE는 워커단장의 강제출국 결정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며 “워커단장은 결코 코소보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르비아군은 NATO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게릴라를 소탕한다며 탱크와 야포를 동원해 라차크를 포함한 코소보 중부 3개 마을을 공격했다. 제네바의 유엔난민구호기구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알바니아계 주민 3천5백여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세르비아측은 이날 OSCE 조사단을 이끌고 학살사태 조사를 위해 입국하려던 구유고 전범재판소 소속 루이스 아보어 검사 일행의 입국을 거부했다. 코소보분쟁은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모두가 코소보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역사적 고향’ 또는 ‘성지(聖地)’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코소보에 원래 알바니아계 조상인 일리리아인들이 살았다”며 “우리의 땅을 세르비아인들이 무력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르비아인들은 1389년 세르비아왕국의 10만대군이 코소보주에서 오스만터키군에 의해 궤멸당한 뒤 코소보를 성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코소보에 대한 두 민족의 뿌리가 워낙 깊어 쉽게 결말이 나지 않는 것.

97년 신유고연방 대통령에 당선된 밀로셰비치가 지난해초부터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하자 국제사회가 개입, 지난해 10월 분쟁이 일단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불과 3개월만에 다시 분쟁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김태윤기자·프리슈티나APAFP연합〉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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