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워스대사 대담]『北핵의혹 외교적해결이 美입장』

  • 입력 1999년 1월 17일 19시 11분


《‘한반도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을 끝내 해소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 미국간의 기류가 급랭한다는 시나리오다. 본지는 위기설과 관련, 주요국 대사들과 연쇄 인터뷰를 갖기로 했다. 첫회로 최맹호(崔孟浩) 국제부장이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대사를 만났다.》

―얼마전 본국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특별조정관이 북한과 관련된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우리의 정책이 지역 동맹국들로부터 수용받을 수 있고,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지역에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을 말합니다.”

―한반도 위기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금창리 지하 핵의혹시설에 대한 미국의 방침은….

“미국의 정책은 위기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려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하고자 합니다. 지난 몇년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해왔고 아직도 이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상황이 일어나면 이에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은 북한의 지하시설과 지난해 8월에 발사한 미사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 협상의 목적은 금창리 우려를 해소하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 것같습니다. 북한이 지하시설 핵의혹을 해소하지 않을 때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얘기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책 강조점은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며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관계정상화에 관심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정 북한이 관계정상화를 이루려면 이 지역의 우리 동맹국과 미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은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의회는 미행정부에 5월까지 북핵의혹에 대해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5월까지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네바협의가 파기되는 건가요.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싶습니다. 의회가 제시한 시한을 우리는 맞출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강력하게 실현할 의지가 있으며 페리조정관도 이러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또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상황으로 봅니다. 제네바합의는 94년 이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서 초석을 이루고 있으며 이 합의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북한이 (제네바합의를)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변화된 상황에 나름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된 상황’이란 긴장고조를 말하는 것입니까. 94년 군사적 위기상황이 떠오르는군요.

“그런 긴장구도로 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네바합의는 한미일 3국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나왔고 이것은 북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란 말씀은 북―미간 협상이 순조롭다고 해석해도 좋은가요.

“진행중인 회담에 대해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신중한 낙관론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전략은 긴장을 제기하고 경제적인 대가를 요구해왔습니다. 금창리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미국은 인내를 갖고 대화로 풀 것인지.

“북한에 대해 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4개월동안 뉴욕에서 북한과 경수로 공급협정을 했습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은 북한과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내심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

“그동안 여러차례 밝혔듯이 미국의 입장은 사찰에 대해 어떤 직접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관계정상화를 위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익을 누리고 있고 앞으로 누리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지하시설 사찰에 대해 주권침해 또는 강대국의 군사적인 압력으로 보고 있는데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모두 주권국가입니다. 지난 1백년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이런 주권국가들이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해나 우려사항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주권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이러한 이해나 우려를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타협안을 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벼랑끝 전략을 써오면서도 변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북한은 어떤 정책을 취할까요.

“북한 지도부가 변화를 선택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변화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의 변화를 용이하게 할 수 있고 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변화가 자신들의 이익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느낄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핵 투명성 뿐만 아니라 미사일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제네바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은데 앞으로 미국의 정책은 미사일 문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이 될까요.

“페리 조정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사전에 재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가 우려하는 모든 사항들과 북한이 다른 분야에서 원하고 있는 점들을 전부 포괄하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작년 12월30일 통일경제협회 주최 연설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지나친 낙관론’ ‘포용정책이 모든걸 변화할 수 없다’ ‘동맹국간에 단기적으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고 표현하셨는데 한미간에 이견이 있다는 뜻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해 12월에 한 연설은 먼저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단기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상황은 50년에 걸쳐 진행돼온 것으로 하루 아침에 쉽게 반전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이 있은 다음 방한한 페리 조정관과 만났을 때 대북정책과 관련해 일괄타결안을 밝혔고 연초에는 남북간의 냉전구도 해체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소식에 워싱턴쪽은 당혹해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도 냉전에 종지부를 찍기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워싱턴은 김대중대통령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이 목표를 공동의 정책을 통해 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현재 한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은 한국의 장기적인 이익에 매우 부합하는 정책입니다.”

―현대가 금강산 개발과 관련해 9억달러를 지불키로 했다는데 대해 미국은 불쾌하게 반응했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근거없는 소문입니다. 현대의 일은 현대와 한국정부가 결정할 사항입니다. 금강산프로젝트는 여러면에서 고무적인 상황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산을 통해 한국과 북한에 새로운 경제교류의 끈이 생겼습니다. 북한은 이 경협의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정리〓이종환기자〉ljhzip@donga.com

▼보스워스 대사 약력

△1939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출생 △61∼75년 미 국무부 근무 △76∼79년 미 국무부 에너지담당 부차관보 △79∼87년 미 튀니지, 필리핀 주재 대사 △88∼95년 미일재단 총재 △95∼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무총장 △97∼현재 주한 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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