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삽시다 2]美 생명공학회사 「제론」

  • 입력 1999년 1월 8일 18시 1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인구 10만의 조그만 도시 멘로파크.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가 있는 팔로알토와 인접해 남동쪽의 새너제이 일대와 함께 ‘실리콘 벨리’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 뿐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의 벤처기업들도 많이 들어서면서 ‘바이오밸리’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 한 생명공학회사가 ‘생명의 한계’에 도전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멘로파크시 콘스티튜션가 230번지 제론(Geron)사. 회색의 넓은 단층건물 2개동 중 한 동은 연구를 지원하는 행정동이고 다른 한 동은 실험동. 실험동은 건물 전체가 갖가지 실험실로 구성돼 있는 거대한 ‘실험공장’이다. 실험실마다 플라스크 샬레 시약병 등 복잡한 실험기구들로 둘러싸인 채 연구원들이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이 회사의 홍보담당 낸시 로빈슨은 “직원 1백여명 중 절반 이상이 실험실에 근무하고 있다”며 회사의 명운이 이들의 실험에 달려 있다고 설명.

제론사는 의학계에서 밝혀진 노화관련 질환과 암의 발병원리를 토대로 이들 병을 진단 치료하는 획기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의학계의 두 가지 큰 연구업적이 활용되고 있다. 텔로머라제와 인간태아기간(基幹)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s). 두 가지 모두 세계 주요언론들이 뽑은 ‘98년 의학계의 톱10 뉴스’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들. 텔로머라제는 암과 노화 관련 질환의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태아기간세포는 장기이식과 난치병 치료에 각각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제론사의 분자생물학연구실 담당이사인 그레그 모린 박사는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수년 내에 △피부노화 △퇴행성 망막반점 △동맥경화증 등 노화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한편 암의 진단과 치료제도 10년 내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론사는 이들 연구를 텍사스대 존스홉킨스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지원해 두 분야에서 1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어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분야에서 의약품이 생산된다면 제론사가 벌어들일 돈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냉철하게 이윤만 추구하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대한 투자에 인색치 않은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제론사는 지난해 12월10일 월스트리트의 3개 기관투자자들에게 1천5백만달러의 전환사채를 판매해 현재 총 5천6백만달러의 현금을 보유, 적어도 앞으로 수 년 간의 연구기금을 이미 확보했다.

그러나 제론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많다. 모린박사는 “노화에는 텔로미어 유해활성산소 호르몬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들을 종합해 노화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제 겨우 한 발 내디딘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2년 전 5달러에 불과하던 제론사의 나스닥(미국 주식장외시장)주가는 최근 두 배가 넘는 11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어 ‘노화 정복’을 위한 제론사의 장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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