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극해등 핵폐기물 수만톤 방치…美 WP紙보도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러시아 서북부 무르만스크와 인근 북극해, 시베리아 중부 예니세이강 주변 등 러시아 곳곳에 수만t의 핵폐기물이 방치돼 있어 심각한 환경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또 볼가강 중간유역의 수르스크지역에는 다량의 화학무기폐기물이 토양오염 방지조치없이 매장돼 풀조차 자라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러시아 환경운동가 전문가 등과 함께 현지취재를 통해 핵폐기물과 화학무기 폐기물로 인한 러시아의 환경오염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냉전시대에 미국과의 핵무기경쟁으로 발생한 핵폐기물의 오염실태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극심한 경제난에다 처리비용이 막대해 오염방지대책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밝혔다.

시베리아 중부의 예니세이강은 그라스노야르스크 주정부가 볼쇼이 발추크에서 30여년간 운영해 온 3곳의 플루토늄 제조시설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로 크게 오염되고 있다.

그린크로스 등 러시아 환경단체들은 플루토늄 239와 세시움 137, 스트론티움 90 등 방사성 물질이 발추크에서 수백㎞ 떨어진 강하류의 모래와 토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니세이강 하류 주민들은 백혈병 유방암 발생이 높고 기형아 출산이 늘고 있으며 사망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사능 오염은 냉각수를 그대로 강으로 버리거나 방사성 폐기물을 누출방지 조치없이 땅에 매립했기 때문이라는 것.북해 함대의 근거지인 무르만스크항에는 무려 5만통의 핵폐기물 드럼통이 야적되어 있어 방사능 누출에 따른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폐기물통이 부식돼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 핵폐기물은 종전에는 3천2백㎞ 떨어진 재처리장인 첼랴빈스크나 톰스크 등으로 옮겨져 보관, 또는 재처리됐으나 최근 경제난으로 운반이 중단됐다. 현지 관리들은 이 핵폐기물을 재처리하는데만 20∼3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또 일부 핵폐기물은 바다에 버려졌으며 일부 퇴역 핵추진 잠수함도 녹이 슨 채 방치되어 있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포스트지는 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도 최근 ‘러시아 비상대책부’의 발표를 인용, 북극해에 버린 방사능 폐기물 용기에서 스며나온 방사능으로 북극해 노바야 젬랴 군도 해역의 방사능 수준이 정상치의 1백배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수르스크 지역은 화학무기 폐기물이 수천t이나 매립돼 광범위한 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폐기물 매립지에서 3∼4㎞ 떨어진 곳에서도 비소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들은 북극해 오염에 대한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핀란드 등 인근 국가의 앞바다까지 오염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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