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블레어 『장관들 왜 이러나』…집권 1년만에 최대위기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9시 28분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각료들의 잇단 독직사건과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23일 피터 맨델슨 통상산업부장관과 제프리 로빈슨 재무부부장관이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최측근이자 노동당의 핵심인물이어서 블레어정부는 집권 1년여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앞서 10월에는 몇몇 장관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이중 한명인 론 데이비스 웨일스담당장관이 사임, 블레어정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BBC방송 등 영국언론은 맨델슨장관이 2년 전 사업가이기도 한 로빈슨부장관에게 37만3천파운드(약 7억5천만원)를 파격적인 저리로 빌려 런던 고급주택가의 호화주택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각료들은 자신의 재산내용뿐만 아니라 채무관계까지 공개해야 하는데 맨델슨장관은 로빈슨 소유 기업의 불법탈세행위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통상산업장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채무관계를 숨겼다는 것. 블레어총리는 두 사람을 퇴임하게 함으로써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사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로빈슨이 정부의 제2인자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도 경제적 도움을 준데다 블레어총리 역시 이탈리아에 있는 로빈슨의 호화별장에서 여름휴가를 즐겼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맨델슨장관의 후임에는 스티븐 바이어스 재무부 수석차관이 임명됐다.

〈김태윤기자·런던AFP연합〉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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