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오스트리아 빈 시청]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04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유럽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 캐롤처럼 고요하고 조용하다. 내내 조용하다가 파티와 모임으로 이날만 수선거리는 우리와 다르다.

그것은 크리스마스를 하루나 이틀에 맞고 보내지 않는 유럽인들의 크리스마스 문화 때문이다. 그들은 한달 이상 준비하고 즐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부르고 그 마지막 날인 24일은 ‘고요한 밤’을 맞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20여일 앞두고 오스트리아의 빈을 찾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 것은 11월14일. 거리에는 초록과 빨강의 장식이, 시내 14곳에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서고 있었다.

가장 큰 빈 라트하우스(시청) 시장에 갔다. 거대한 고딕건물의 라트하우스와 그 앞 공원은 동화 속의 나라처럼 꾸며졌다. 건물 유리창은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날짜를 매일 하나씩 벗겨내는 그림달력으로 꾸며졌다. 공원에는 양초와 장식, 장난감과 산타클로스 목각 등이 나무로 지은 간이상점(1백40개)에 예쁘게 진열돼 있었다. 또 맛있는 케이크와 과자를 즉석에서 구워 파는 맛집들도 있었다. 이날 밤 이곳에서 우리 서울시청을 생각했다. 장중함에 기가 질리고 차량들이 쉼없이 오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시청. 아쉼움이 컸다. 그런 느낌은 시청 안에 들어가면서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실내는 어린이들 천국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7, 8가지 공방이 차려져 있었다. 과자를 굽고 유리컵에 색칠을 하고 예쁜 색깔로 양초를 만드는 어린이들. 그들의 놀이터며 시민의 쉼터로 애용되는 시청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21일 밤 서울시는 시청앞 분수대 광장에 전등탑을 밝혔다. 그저 휙 지나치는 차안에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전등탑. 이것이 시청과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했다. 시민과 좀 더 가깝게 지낼 수는 없을까. 빈의 시청처럼. 인터넷 홈페이지 www.christkindlmarkt.at/에 들어가면 빈시청 크리스마스시장에 들를 수 있다.

〈빈〓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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