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회의]『나치에 빼앗긴 유태인 재산 찾아주자』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역사를 다시 쓰거나 희생자를 다시 살릴 수는 없어도 그들이 빼앗긴 재산과 명예는 돌려주어야 한다.’

미국 워싱턴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1일부터 4일간 열리고 있는 ‘홀로코스트 국제회의’의 취지다.

이번 회의에는 44개국 대표와 유태인 관련 13개 단체 대표가 참가해 2차 대전 당시 나치독일로부터 대량학살(홀로코스트) 당한 유태인들이 빼앗긴 재산을 찾기 위한 각국의 공조방안이 논의됐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치 약탈재산(금과 예금)반환 국제회의’ 이후 국제사회는 나치가 약탈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보관한 유태인들의 금 환수 운동에 나섰고 올 9월 스위스은행들은 유태인 관련 단체와 12억 5천만달러의 배상금에 합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95년 빌 클린턴대통령의 명령으로 중앙정보국(CIA)등 12개 미국정부기관과 유태인협회 등이 참여하는 대책기구가 구성됐으며 지난해 1차 예비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 운동을 ‘역사의 정의확립’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나치가 유럽 각국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로부터 약탈하거나 훔친 예술품 교회 학교 건물 등 부동산과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찾지 못한 보험금의 반환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각국은 내년말까지 준비를 끝낸후 본격적인 환수 및 반환에 들어갈 예정이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 약탈당한 예술품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약 11만점으로 현시가로는 1백∼3백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2차대전후 국고로 환수된 예술품 2천여점이 나치의 약탈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차대전을 전후해 특히 동유럽 국가들에서 몰수된 유태인소유 부동산을 원래 소유주에게 반환토록 하는 것도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다.

미국대표인 스튜어트 아이젠슈타트 국무부차관은 2일 △약탈된 예술품의 리스트작성 △관련 기록 공개 △약탈 예술품의 반환을 위한 국제정보센터의 개설 등 11개항을 제안했다.

또 미 백악관은 최근 미국내에 약탈예술품 감정과 조사를 위한 12인 위원회를 발족시켜 활동에 들어갔으며 미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은 보험금 반환에 협조하지 않는 유럽계 기업들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2차 대전 후 나치독일의 침략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위해 ‘전리품’으로 가져간 미술품 중 유태인희생자의 소유로 확인되면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나치독일치하에서 유태인을 강제노역시킨 독일 기업들도 유태인에 대한 보상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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