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엑슨-모빌社, 87년만에 분할서 합병으로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분할시대에서 합병시대로.’

미국의 거대 석유재벌 엑슨과 모빌의 합병은 반(反)독점법에 따라 분할된 석유재벌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뭉치는 시대적 변화를 상징한다. 엑슨과 모빌의 합병은 1911년 내려진 반독점에 관한 한 기념비적인 미 대법원 판결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 대법원은 당시 전설적인 석유왕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사가 ‘셔먼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34개의 기업으로 회사를 분할하도록 명령했다. 80여년이 지나 분할된 기업중 가장 덩치가 큰 스탠더드 오일의 뉴저지 자회사 엑슨과 뉴욕 자회사 모빌이 합침으로써 결과적으로 1911년 판결이 휴지조각이 됐다.

1911년 당시 스탠더드 오일은 길거리 주유소에서부터 정유소 송유관 유조선 유전(油田)에 이르기까지 석유에 관한 모든 분야를 장악한 힘을 바탕삼아 다른 분야로 문어발처럼 뻗어나가 경제력 집중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대법원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스탠더드 오일의 분할판결을 내린 것. 쪼개진 스탠더드 오일의 자회사들은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서로 은밀히 연대해 가격 담합을 시도하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때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법무부는 엑슨과 모빌 그리고 다른 3개 회사를 카르텔을 형성한 혐의로 기소했었다.

그러나 역사를 거스르는 엑슨과 모빌의 합병에 대한 미국인들은 20세기 초반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확장을 위한 합병이 아니라 유가하락으로 인한 손실때문에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두 기업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합병을 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두 회사는 합병에 따라 28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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