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라쓰市 「韓日음악의 어울림」행사 성료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33분


“간코쿠, 스바라시이데스네∼.(한국, 멋지군요∼)”

현해탄이 굽어보이는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 나고야성박물관에서 8일 열린 ‘한일음악의 어울림’. 이날 5백여석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일본인들은 한국 전통음악의 질펀하면서도 신명나는 가락에 공연내내 어깨를 들썩였다. ‘한일음악의 어울림’은 사가현이 95년부터 한일문화교류의 하나로 마련한 행사.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왜군을 총집결시켜 이 지역을 조선침공의 전초기지로 삼은데 대해 일본이 자성하는 의미로 시작한 문화 이벤트다. 특히 올해 공연은 재일 한국음악인들만을 초청했던 지난해까지의 행사와 달리 세종국악관현악단 광주광역시시립국극단 등 국내 음악단체를 초청해 ‘한국색’을 더했다.

이날 30여분간 일본팀의 관악협주가 끝난 후 선보인 우리 공연은 시나위 판소리 남도민요 등 우리의 전통가락과 국악에 양악을 접목시킨 ‘크로스오버’풍의 창작음악. 관객들은 때로는 정적이고 정교하면서도 때로는 시종 온몸을 휘감는 흥겨운 가락에 ‘간코쿠’(한국)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특히 세종국악관현악단은 전통가락인 ‘뱃노래’를 강한 비트의 리듬으로 편곡한 ‘신뱃노래’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전통 타악기가 심벌즈와 목탁, 빨래판 긁는 소리를 내는 ‘라첼’ 등과 빚어낸 파격적 화음은 국경을 뛰어넘어 두 나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드는 듯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두 악단이 협연한 ‘신모듬’. 10여분 동안 관현악과 사물놀이패의 폭발적인 연주는 때로는 휘몰아치듯, 때로는 휘감듯 객석을 끌어안았다. 공연을 관람한 튜헤이 다카시마 나고야성 박물관장은 “이제까지의 ‘한일음악 어울림’공연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며 “한일문화교류를 위해 5년전 개관된 박물관이 이제야 제대로 쓰임새를 찾은 것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한국측 기획을 맡은 나종권(전 세종국악관현악단원·동경예대 음대 재학중)씨는 “공연추진 초기 국내 음악인의 공연을 반대했던 주최측이 공연직후 ‘무례를 용서하라’며 내년 공연 일정을 잡자고 나섰다”고 환하게 웃었다.

〈가라쓰시(일본)〓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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