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불우소년서 총리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입력 1998-09-28 19:51수정 2009-09-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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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헬무트 콜 총리가 당선되자 38세의 한 사민당원이 밤에 본의 총리공관을 찾았다. 출입문을 만지며 “반드시 이곳에 찾아오겠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그로부터 16년뒤인 27일. 당시 주인공은 이제 21세기를 이끌 독일연방총리로 그 집에 돌아가게 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54). 불우한 견습생출신은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를 함께 이루며 재상에 오르게 됐다.

과격한 마르크스주의자를 거쳐 독일 중도좌파의 희망으로 떠오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 선거운동 기간 ‘새로운 중도노선’, ‘좌파속의 우파’ 등을 외쳐 ‘제3의 길’을 역설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실용적 이념으로 과격이미지를 탈색시킨 것이 이번선거에 주효했다.

1944년생인 슈뢰더는 나치병사였던 아버지가 44년 루마니아에서 전사한 뒤 세탁부로 일한 어머니밑에서 4형제와 함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 그의 꿈이었다.

17세부터 도매상점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야간학교를 다녔고 대입자격시험을 통과해 명문 괴팅겐대 법과를 이수하면서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따냈다.

63년 사민당(SPD)에 가입한 슈뢰더는 전통적 좌파이념에 몰두했으며 정열적인 활동력과 정연한 논리와 탁월한 언변으로 78년에는 사민당청년조직인 ‘젊은 사회주의자’의 의장을 맡았다. 한때 도시게릴라 적군파(RAF)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슈뢰더는 80년 연방하원의원, 86년 니더작센주의회 SPD 원내의장, 90년 주총리를 거치면서 이념적 편향에서 탈피해 SPD내 온건파의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는 현대 정치인에게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고있다. 준수한 용모와 뛰어난 화술, 정확한 발음과 남자다운 언행은 주변국의 세대교체와 함께 21세기 독일을 꾸려갈 흡족한 인물로 비쳐졌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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