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전대통령 핵무기보유 추진…美 포기압력으로 중단

  • 입력 1998년 9월 28일 07시 41분


한국이 74∼76년 프랑스로부터 핵재처리 공장을 도입해 핵무기를 독자보유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거센 압력과 설득으로 중단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최근 비밀분류에서 해제된 제럴드 포드 행정부 당시의 주한 미대사관과 미국무부간에 오간 전문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미군철수 등에 대비한 자주국방 계획의 하나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 플랜트 도입을 추진했다.

한국정부는 또 록히드사로부터 미사일 고체연료와 로켓모터 설계 도입계약을 하는 등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개발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75년 3월 스나이더 주한미대사에게 보낸 전문을 통해 “한국이 10년 내에 제한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한국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토록 압력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 전문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박정희정부가 대미 군사력 의존에서 탈피하게 돼 한미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정부는 또 외교경로를 통해 프랑스에 핵재처리 시설을 한국에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영국 캐나다 소련 서독 일본 등과의 비밀회의를 통해 핵관련장비와 기술의 수출통제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핵재처리 공장 도입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두차례나 거부한 끝에 76년초 미국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미국의 차관과 지급보증으로 고리 2호기 원자로를 도입하는 등 핵협력관계를 맺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중단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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