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밀분류에서 해제된 제럴드 포드 행정부 당시의 주한 미대사관과 미국무부간에 오간 전문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미군철수 등에 대비한 자주국방 계획의 하나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 플랜트 도입을 추진했다.
한국정부는 또 록히드사로부터 미사일 고체연료와 로켓모터 설계 도입계약을 하는 등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개발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75년 3월 스나이더 주한미대사에게 보낸 전문을 통해 “한국이 10년 내에 제한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한국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토록 압력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 전문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박정희정부가 대미 군사력 의존에서 탈피하게 돼 한미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정부는 또 외교경로를 통해 프랑스에 핵재처리 시설을 한국에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영국 캐나다 소련 서독 일본 등과의 비밀회의를 통해 핵관련장비와 기술의 수출통제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핵재처리 공장 도입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두차례나 거부한 끝에 76년초 미국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미국의 차관과 지급보증으로 고리 2호기 원자로를 도입하는 등 핵협력관계를 맺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중단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