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라토리엄 배경]외환위기 탈피 위한 고육책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최근 일본 엔화가치의 폭락, 중국 양쯔강 대홍수,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미국경기 침체국면 진입 등을 세계경제의 ‘변수’로 꼽을 때 일부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위기야말로 가장 무서운 시한폭탄”이라고 예견했다.

‘러시아 경제위기’가 17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며 세계경제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루블화 변동폭 확대와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한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은 최대의 과제인 루블화 안정과 외채상환부담의 완화를 위한 강력한 조치다.

평가절하가 비록 예견된 것이었다 해도 ‘러시아발 국제금융공황’은 국제금융시장에 또 한차례 한파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모라토리엄 배경〓러시아가 루블화표시 외채에 대해 90일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외환사정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외채는 단기채 6백억달러를 포함해 2천억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연말까지 갚아야 할 외채만도 2백억달러에 이른다. 러시아는 우선 상환기일이 임박한 외채의 상환을 유예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조치로 외국인들의 신규투자중단과 기존투자금 이탈이 맞물리면 러시아는 ‘제2의 인도네시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경제 상황〓지난달 20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백2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해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던 러시아경제는 루블화 환율의 급등과 주가폭락 및 물가폭등으로 빈사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통치력에 점차 구멍이 뚫려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평가절하〓러시아는 올해초 달러당 6.0루블의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7월 이후 러시아외환당국이 하루 수억달러씩 달러화를 풀어 환율상승을 막았으나 최근 외환보유고가 1백70억달러까지 떨어져 한계에 이르자 루블화 평가절하의 가능성이 예견돼왔다.

러시아 충격의 파장이 17일 즉각 일본금융시장에 미친 것처럼 시차를 두고 유럽 미국시장에도 큰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기만기자〉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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