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살해혐의 英10대 교수형…법원,45년만에 취소판결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지난달 31일 영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일제히 ‘데릭 벤틀리사건’을 머릿기사로 다루며 억울하게 죽어간 한 소년의 ‘뒤늦은 진실’을 전했다.

벤틀리는 45년전 경찰관 살해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진 10대 소년.그러나 영국 항소법원은 30일 벤틀리에 대한 판결에 대해 ‘재판이 공정치 못했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며 형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이제 영국 사법사에 ‘상처’로 남게 됐다.

53년 당시 19세였던 벤틀리는 친구인 크리스 크레그와 함께 한 상점에 도둑질을 하려고 들어가다가 경찰에 발각됐다. 크레그는 갖고있던 권총으로 경찰을 쏘아 살해했다. 당시 재판부는 크레그가 총을 꺼내는 순간 벤틀리가 “크레그, 쏴버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는 한 동료경찰의 진술만을 증거로 사형을 선고했었다. 총을 쏜 크레그는 16세라는 어린 나이가 감안돼 10년형에 처해졌다.

가족들은 벤틀리가 정신지체아로 정신연령이 11세에 불과했던 만큼 살인을 사주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이같은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벤틀리가 사형선고를 받자 누나 아이리스는 동생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아이리스의 딸 마리아가 맡았다. 마리아는 이날 법원의 형 취소판결이 내려지자 45년동안 보관해온 샴페인 꺼내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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