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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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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미국 재무성채권(TB)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에서 ‘보증수표’로 통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은 81년 무디스사 등 국제신용기관으로부터 19개 등급 중 최상등급인 ‘Aaa’를 취득한 뒤 17년 동안 단 한차례도 인하된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무디스사가 23일 “일본국채의 신용등급 인하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은 일본경제가 고통의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발표는 일본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국가의 경제신용도를 신용평가기관의 등급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또 실제로 국채신용도 격하를 결정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동안 일본경제가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서방 선진7개국(G7) 중 국채 신용등급이 ‘Aaa’가 아닌 나라는 캐나다뿐이다. 일본은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발표에 대해 일본의 반발은 강력하다.
대장성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 최고수준의 외환보유국으로 대외채무지불능력이 가장 높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히토쓰바시(一橋)대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교수는 “일본경제를 채무초과국처럼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일본 기업 등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가 높아져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 금융시장의 동향.
23일 오후부터 엔화가치와 주가는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행히 올 4월초 무디스가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을 때 일어났던 금융공황 전야와 같은 불안양상은 없었다. 발표내용의 강도는 심각하지만 4월과 달리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떻든 30일 새로 출범할 일본내각은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