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달러 140엔 돌파…수출전선 「엔低비상」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8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40엔을 넘어섰다.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40엔대에 진입한 것은 91년6월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물량이 풍부해 1천4백원 근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1천3백9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오히려 1백엔당 1천원선 아래로 떨어져 우리 상품의 대일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내 경기회복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은 오전 한때 6일 종가보다 1.31엔이나 높아진 달러당 1백40.73엔까지 급등했으며 오후 4시 현재 1백40.60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9일 파리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 재무차관 회담에서 환율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화매각 달러화매입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또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통계에서 미국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일(美日) 경기격차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된 것도 엔화약세를 부추겼다.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일본대장상은 “일본경제의 기초적 여건(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엔화가치가 이 정도 약세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도한 엔화가치하락에는 단호히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엔화가치 방어를 위한 일본정부의 외환시장개입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는 엔화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의 강세로 나타나 우리 상품의 대일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화환율은 이날 현재 1백엔당 9백95.70원으로 1천원에도 못미치고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작년말(1백엔당 1천2백91원)에 비해 30% 가량 평가절상된 셈이다. 외환딜러들은 “원―엔 환율이 1백엔당 1천원 이하에서 계속 머물게 되면 향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면서 원―달러환율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백40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수출은 향후 1년간 약 19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품목별로는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전기 전자 자동차 선박 등 주력품목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저하,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위 30대 수출품목 중 국제시장에서 맞부닥치는 품목은 절반인 15개이며 이들 품목이 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에 달해 엔저에 따른 수출 타격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40엔대를 유지하면 국내 수출증가율이 당초 8%에서 5%대로 떨어지고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2백억달러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와 함께 수출감소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중 0.2∼0.3%포인트 가량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약세는 대규모 부실채권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영업수지를 악화시켜 국내 은행에 꿔준 외화대출금을 회수할 빌미를 제공한다”며 “이렇게 되면 외환위기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이강운기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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