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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21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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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라이트장관은 21일 오전1시(한국시간) 코네티컷주에 있는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수하르토대통령은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솔해온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권이양의 전통을 수립한 대통령으로서 기억될 역사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정간섭의 인상을 피하기 위해 표현은 부드러웠으나 “물러나라”는 메시지임이 분명했다.
미국은 수하르토가 19일 총선 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그를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물러나기 쉽도록 망명처를 제공하거나 해외망명시 미 군용기를 제공하는 비상대책까지 수립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1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권좌에 앉아 있는 수하르토는 버리지만 자연인 수하르토의 신변안전은 보장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관계가 악화돼 2월부터는 미 행정부와 수하르토의 직접적인 접촉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때문에 미 행정부가 수하르토의 측근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20일 4백30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 지원중단을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수하르토의 하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압력도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작품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