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백화점 방화 5백명 사망…약탈자들 떼죽음

입력 1998-05-15 19:40수정 2009-09-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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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동부의 한 백화점과 남북부의 2개 쇼핑몰에서 14일 폭도들의 방화로 화재가 발생, 최소한 5백명 이상이 숯덩이가 된 채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15일 루피아화의 외환거래를 포함한 은행간 청산거래 전면 중단을 선언, 인도네시아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과 함께 사실상 국가부도사태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카이로에서 급거 귀국한 수하르토대통령은 연료값과 전기료 인상계획을 취소하고 사임의사를 다시 표명하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규모 폭동사태가 자카르타시를 뒤흔든 14일 오후 1시경 동부 자카르타 클렌데르지역의 족자백화점에 불이 나 1백70여명이 사망했다고 칩토 만군쿠수모 국립병원 관계자들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89구의 시체를 수습했으나 5층짜리 백화점 건물중 현재 2개층에 대한 수색작업만 마쳤기 때문에 시신 수습작업이 계속되면 사망자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물건을 약탈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던 폭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부 자카르타에 있는 화교 소유의 라마야나 코자쇼핑몰과 남부에 있는 라마야나 실레두크 쇼핑몰에서도 14일 밤 약탈자들의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수백명이 불에 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계자들은 “14일 자카르타시내 전역에서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재가 발생, 출동이 늦어져 희생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대부분의 은행들이청산거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청산거래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루피아화의 외화 태환, 루피아화의 대외 거래, 정부의 대외채무 상환 등을 모두 중단하는 이 전격 조치에 따른 인도네시아경제의 대혼란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재연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을 줄 전망이다.

수하르토대통령은 이날 귀국 직후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직을 사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 하야 의사를 시사했으나 정계 관계자들은 이를 위기돌파용 수사(修辭)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의회는 이와 관련,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사퇴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인도네시아 재야 지도급 인사 50여명은 14일 ‘국민위원회’라는 수권 민주화 단체를 창립하고 국난 타개를 위해 수하르토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이슬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하르토대통령이 사임하면 집단지도체제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시는 1만5천여명의 군병력이 진주한데다 약탈 방화사태가 일단 멎어 15일 외견상 평온을 되찾았으나 방화에 의한 대형사고소식이 전해진 뒤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인도네시아 사태가 악화함에 따라 자국민들의 철수를 위해 전세기를 투입키로 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군사대표단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취소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 헬기탑재 함정과 수륙양용함 등을 인도네시아 인근에 이동배치했다.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AP AFP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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