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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15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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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위 다흐란 대통령대변인은 이날 카이로에서 급거 귀국한 수하르토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국민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사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수하르토의 이같은 발언은 13일 이집트에서 교민들에게 밝힌 것과 문맥상 큰 차이가 없다.
수하르토는 14일 알위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이 과거에도 여러차례 헌법상 국민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사임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한 바 있다”며 사임 시사 보도내용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귀국 후 첫 공식 대변인 논평에서 사임의사를 다시 시사한 것은 의미가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무정부상태까지 치달은 소요사태와 국가부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단순한 국민무마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발언을 했을 뿐 아직 정권을 이양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임의 전제로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법절차에 의해서’ 등의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임할 경우 일단 의회에 재신임을 묻거나 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인도네시아판 통일주체국민회의’인 국민협의회(MPR)에서 선출한다. 그러나 1천명의 MPR위원 중 90%이상을 수하르토가 장악하고 있어 재신임을 물을 경우 결과는 뻔하다.
재신임 방법이 아닐 경우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이를 대행한다’는 헌법조항에 따라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부통령이 과도 정부를 이끌게 되나 군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설혹 수하르토가 사임한다 해도 정권승계에는 최소한 서너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평화적 권력교체가 이루어질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황유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