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학생 민병대」조직說…軍과 충돌위기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방화 약탈로 이어지는 격렬한 시위와 그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는 유혈 소요로 번진 인도네시아사태는 점차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는 느낌이다.

국제사회는 숨을 죽인채 사태진전을 주시하고 있다. 수하르토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울 정도로 격화하는 시위양상을 볼 때 사태진전에 따라 수하르토의 33년 장기독재에 마침표가 찍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 사회혼란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최악의 경제위기가 재연될 경우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게 뻔해 피해가 최소화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인도네시아를 지켜보고 있다.

▼시위상황〓당초 경제위기가 촉발한 소요사태는 수하르토 퇴진요구 및 정치개혁 요구로 번지고 있다. 주로 학내에서 벌어지던 시위는 지난주부터 경찰및 군과의 충돌로 인명피해를 불러오면서 약탈 방화로 양상이 바뀌었다.

‘수하르토 하야’를 넘어 ‘수하르토 처형’의 구호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진압 방침에 맞서 학생들이 민병대를 조직했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대규모 충돌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위와 소요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가 하면 노동자 공무원가족 대학교원 등 일부 시민과 지식인이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해 점차 ‘피플 파워’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사태악화 배경〓올 1월을 전후해 자바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군중폭동이 한동안 잠복기를 거치다 재연한 직접적 계기는 4일 발표한 생필품가격 인상조치.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개혁 요청에 따라 식료품 연료 등 생활필수품에 지원됐던 정부보조금을 중단, 휘발유값을 무려 71% 올리고 전력값도 곧 60% 인상할 예정이라는 계획에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도네시아의 물가고는 살인적이다. 지난해 10%선이었던 인플레율이 올해 80%까지 뛰어오르자 참다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온 셈.

그러나 소요의 깊은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개혁과 수하르토일가의 전횡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전망〓인도네시아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IMF의 경제개혁 요구를 무시할 경우 지원이 끊겨 외환위기를 다시 맞게 되고 개혁을 강행하자니 물가폭등에 저항하는 주민폭동을 진정하기 어렵다.

수하르토는 최근 “임기말까지 정치개혁은 없다”고 선언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이를 번복했지만 개혁의지는 여전히 약하다.

경제난이 더 심화하고 정치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생 시민이 합세해 더 격렬한 소요사태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수하르토는 9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의 외유가 소요의 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수하르토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군부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군부는 수하르토의 정권보위 지시와 학생들의 정치개혁 요구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요가 악화하고 유혈진압이 이어질 경우 군부가 시민 편을 들 가능성도 점쳐치고 있다.IMF 등 국제기구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원재개를 결정했지만 경제개혁 및 인권문제를 연계할 방침이어서 인도네시아는 최악의 경우 ‘국제적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황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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