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찰」 美위상 『흔들』…EU,이란등 제재에 반기

  • 입력 1998년 4월 28일 19시 34분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테러수출과 인권유린 등을 이유로 쿠바 이란 리비아 등에 취해온 봉쇄나 경제제재에 대해 유럽과 캐나다 등이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는 26일 현직 캐나다 총리로는 22년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과 만나 경제협력 및 인권문제를 논의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27일 유럽과 미국의 무역확대를 위해서는 미국이 ‘테러국가’로 지목한 쿠바 이란 리비아와 거래하는 비(非)미국계 기업을 제재하도록 한 법(헬름스버튼법과 다마토법·지구촌 상식 참조)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레티앵총리의 쿠바 방문은 미국이 59년 쿠바 공산화 이후 취해 온 쿠바고립화 정책에 대해 큰 외교적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크레티앵총리는 “전세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혀 쿠바와의 교역확대를 시사했다.

마이클 매커리 미국 백악관대변인은 크레티앵총리의 쿠바 방문에 대해 “쿠바의 민주적 변화를 이룩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크레티앵총리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그와 의견을 달리한다”고 말해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보다 앞서 1월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쿠바를 방문,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을 난처하게 했다.

미국은 이란과 리비아를 겨냥, 두나라의 원유 가스사업에 연간 4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다마토법을 제정했다.

EU는 미국의 이같은 제재법이 국제통상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럽기업에 대해서는 법을 적용하지 말도록 협상을 벌이고 있다.

EU 외무장관들은 다음달 18일 런던에서 열리는 EU와 미국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기로 합의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 정유회사인 셸사는 다마토법을 무시하고 이란 연안의 남파르스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질뿐더러 미국도 경제손실을 입는다는 것.

미 국제경제연구소는 95년의 경우 경제제재로 인해 미국이 1백50억∼1백90억달러의 경제손실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추정했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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