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티그룹,전산망 통합에만 최소 10년 걸린다

  • 입력 1998년 4월 19일 21시 16분


6일 합병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이 ‘시티그룹’이라는 세계최대의 금융기관으로서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몇 고비가 남아있다.

첫째는 은행의 증권업 및 보험업 진출을 규제하고 있는 글래스스티걸법. 이 법은 은행이 증권거래를 통해 전체 수익의 25% 이상을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보험업도 5천명 이하의 소규모 지역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1933년 대공황 당시 금융기관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규정돼 다음달 하원에서 개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익단체들의 반대로비가 만만치 않다.양사는 법개정 전까지 시티그룹을 지주회사로 등록한 뒤 그 밑에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을 두어 실정법과의 충돌을 피할 계획이다.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양사 전산망의 통합.

최근 뉴욕타임스지는 “두 그룹의 전산망과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이 통합되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통합도 힘든데다 특히 양 그룹은 전산망 통합부문에 열등생이라는 것.

시티코프는 10년동안 전세계 1백개국에 있는 계열은행의 전산망을 통합하려고 시도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기업의 인수와 매각을 반복, 몸집을 불려온 트래블러스그룹의 경우 트래블러스생명보험과 지난해 인수한 살로먼스미스바니사의 컴퓨터간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다.

시티코프의 한 기술담당 중역은 “지금으로서는 두 그룹 전산망의 통합작업을 할 여유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같은 전산망 통합의 어려움 때문에 세계 최대규모의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당장 시티코프 신용카드를 갖고 트래블러스그룹 지점에서 보험업무를 처리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김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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