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회담 결렬/南北대표 입장]

  • 입력 1998년 4월 18일 20시 12분


베이징 차관급회담의 정세현(丁世鉉)남측 수석대표와 전금철(全今哲)북측 대표단장은 18일 자신들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정세현 ▼

북측은 회담 전과정을 통해 비료만 확보하고 남북관계 개선은 구체적 합의 없이 뒤로 미루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산가족 면회소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이산 1세대가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인도적 처사다. 이번 회담에 나온 것 자체가 남측에 대한 큰 선물이라는 북측 주장도 구태의연하다. 우리는 북측에 대화를 강요하지도 구걸하지도 않는다.

이번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민족 공동번영을 이뤄나가야 한다는데에 인식을 같이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진정한 관계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앞으로 적극적이고 포용적 자세로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북측이 이에 상응하는 태도변화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 전금철 ▼

우리는 남측 최고당국자가 밝힌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믿고 회담에 나왔다. 그러나 막상 대화를 해보니 말과 행동이 너무 달라 정책의 이중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료제공에 맞춰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날짜를 못박으라는 남측 요구는 너무 가혹하고 굴욕적이어서 배신감마저 느꼈다. 남측 태도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료가 필요하지만 비료와 우리의 국가철학인 자주권을 바꾸지는 않겠다. 비료 없이는 살아도 자주권 없이는 살 수 없다.

남측 현정권의 대북정책은 과거 문민정권 때보다 더 경직되고 대결적 보수적이다. 원래 남측의 전 정권의 대북 대결정책의 후유증이 남아있어서 지금 회담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었다. 앞으로 북남관계에 역풍과 후퇴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여 우리가 남측의 지원이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다시 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앞으로 남측이 태도를 바꿔 접촉 제의를 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보겠다.

〈베이징〓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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