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데이콤과 손잡고 국내 위성방송사업에 진출(본보 14일자 보도)함에 따라 머지않아 국내에도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위성방송의 수준은 법체계의 미비와 프로그램 부족 등으로 ‘걸음마’ 단계.
한국통신의 무궁화1,2호 위성으로 사용가능한 24개의 채널중 KBS가 시험방송용으로 2개, 교육방송에서 위성교육용으로 2개 쓰고 있을 뿐 나머지 20개 채널은 놀리고 있다.
위성방송의 법적근거가 되는 통합방송법이 몇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사업자 선정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방송을 하는 KBS도 디지털 위성방송용으로 따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공중파 채널에서 방영한 내용을 재탕하는 등 프로그램빈곤에허덕이고있는실정.
위성방송 수신에 필요한 셋톱박스도 가격이 60만∼80만원으로 비싸 셋톱박스를 이용한 시청자는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케이블TV에서 중계하는 위성방송 프로그램을 시청, ‘위성방송’이 아닌 ‘케이블TV’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비해 외국 위성방송의 공중 침투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2백여만 가구가 접시안테나를 설치하고 일본 NHK, 홍콩 스타TV 등 외국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머독의 국내 위성방송사업 진출로 그동안 해외에서 쏜 위성을 통해 한국 시장을 노려온 외국 위성방송사들이 직접 국내 업체와 손잡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위성방송의 등장은 본격적인 다채널시대를 예고한다. 국내 시청자들은 데이콤과 머독이 데이콤샛 위성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할 예정인 80개 채널의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한국통신도 내년에 무궁화3호 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에 가용채널이 60여개나 된다. 공중파TV 케이블TV를 제외하고 위성방송만 1백40여개 가용채널이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채널(방송국)들의 수익성과 어떤 프로그램들로 시간을 채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외국 프로그램의 무비판적인 수입과 저질 프로그램의 범람을 우려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의 쟁점인 ‘재벌 언론사의 방송참여’ 문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도 주목대상.
국민회의는 언론사와 대기업의 방송참여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머독과의 면담에서 ‘한국에서의 사업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 앞으로 국민회의의 입장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