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女難」이 되레 「女福」으로…性추문불구 최고인기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8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기사회생했다. 하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을 뛰어넘어 사상최고의 지지율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회생이 아니라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 정도. 이같은 반전에 가장 놀란 사람은 클린턴대통령 자신일테고 그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던 언론이 두번째일 듯.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28일 연두교서에서 클린턴이 스캔들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대목. 클린턴은 밝히기 곤란한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마치 대통령으로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말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자신의 사생활과 직무수행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다. 유례없이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에 만족하고 있는 미국민은 클린턴의 이같은 ‘전략’을 모르는 채 눈감아준 것. 또 대통령의 도중하차로 현재의 번영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클린턴에 도덕적으로는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직무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1일 클린턴의 지지율은 뉴스위크지의 여론조사결과 70%, 워싱턴포스트지의 경우 67%로 나타나 각각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설령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정사를 가졌고 그녀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현직에서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자도 뉴스위크의 조사결과 55%나 됐다. 힐러리를 정점으로 한 피해통제팀이 새로운 섹스 스캔들의 출현을 우파의 정치적 음해로 몰아붙인 전략도 주효했다. 이에 따라 92년 한국에서 대통령선거 직전 발생한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관계기관장들이 부정선거를 모의한 것보다 이것을 도청한 정치공작이 더 나쁘다는 식으로 사건이 변질되고 있다. 르윈스키의 고백을 도청한 린다 트립은 여론조사에서 호감도가 10%대로 떨어져 친구를 속여먹은 악한과 같은 부류로 대접받고 있다. 클린턴의 과거를 캐고 있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도 응답자의 60%가 편견에 가득찬 검사로 보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처럼 클린턴에 호의적인 결과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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