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대통령 性추문?]『점잖지 못하게…』 모른척

입력 1998-01-31 20:16수정 2009-09-2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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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른바 ‘지퍼 게이트’로 곤욕을 겪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의 처지를 지켜보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한번쯤은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다. 한국의 경우 정치인의 섹스스캔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섹스스캔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간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 여성이나 제삼자에 의해 법정에 오른 일은 더더욱 없었다. 일본에는 언론이나 정계 국민 모두 ‘정치인의 허리아래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 관행이 있다. 전후 많은 일본 정치인이 섹스스캔들을 낳았으나 이때문에 정치생명이 끝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럽의 경우는 94년 토마스 클레스틸 당시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여성보좌관과의 섹스스캔들로 떠들썩했지만 부인과 애인 모두와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한뒤 대통령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영국의 보수당은 97년 총선에서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섹스스캔들이 한 원인이 돼 정권을 잃은 반면 타계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은 애인과의 사이에 딸까지 두었으나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편 클린턴의 경우처럼 미국에서 항상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이 문제된 것은 아니다. 국가가 전시상황이나 대공황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언론과 국민은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존 F 케네디의 숱한 염문이 핵미사일을 둘러싼 ‘쿠바위기’에 묻혀 버린 것이나 백악관에 아내말고 정부(情婦)를 두었으면서도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은 대공황기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그 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신명순(申命淳)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치인의 스캔들 자체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지만 이것이 공직수행과 관련됐을 경우에는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서 “권력자 스캔들의 공론화가 동서양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회관습뿐만 아니라 이를 엄중히 다룰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차이에도 기인한다”고 말했다. 〈윤종구·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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