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르포]카스피해 석유매장량, 중동 전체 능가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사막 한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공장의 연기, 밤새 바다를 비추는 정유시설의 붉은 불기둥. 알렉산더대왕의 정복이래 숱한 전쟁과 내전에 시달려온 중앙아시아가 풍부한 지하자원과 강력한 성장 정책으로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 ‘꿈의 시장(市場)’으로 비상하고 있다. 카스피해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경제개발’의 격랑이 사막을 옥토로 만드는 가운데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얻기 위한 선진국들의 각축은 치열하다. 94년말 이후 카자흐 우즈베크 투르크멘 아제르바이잔 등에 투자된 외국 자본만도 총 6백억달러. 에너지개발을 중심으로 2000년까지 4백억달러가 추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 바람에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된지 7년인 이 지역의 상품구매력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제승용차와 가전제품 대리점이 속속 들어서는가 하면 바쿠 알마티 등 대도시에서는 고급 외제 승용차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또 도시 중심가는 구찌 베르센 등 고급 외제의류 전문점이 즐비하고 도시마다 10여개 이상의 대형 카지노가 성업중이다. 유럽개발은행에 따르면 중앙아시아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은 매년 3∼25%포인트 증가하고 있고 구매력은 평균 14%포인트 이상 늘고 있다. 이같은 이 지역 경제개발의 원동력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 “카스피해의 석유가 다음 세기 세계 에너지 공급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재까지 확인된 카스피해연안의 원유매장량은 8억8천만t이나 채굴가능 실제매장량은 수백억t에 이르며 내륙지방까지 합칠 경우 중동 전체의 매장량을 능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여개 석유메이저사를 포함한 25개국 60여개 대기업들이 현재까지 약 3백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광구확보를 위해 숨막히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11월12일 아제르바이잔의 카스피해연안 시라크1광구에서는 미 영 러 일기업의 국제컨소시엄에 의한 수출용 원유가 소련붕괴 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카자흐도 원유채굴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확인된 매장량은 6억여t이지만 실제매장량은 1백20억t으로 추정돼 카스피해 최대부존량이다. 천연가스 역시 판로와 해외송출 배관만 확보되면 석유와 함께 노다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중앙아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6조7천억㎥로 한국이 소비할 경우 6백16년 사용 분량이다. 석유와 가스 모두 해외송출 배관의 확보가 결정적인 문제. 작년 11월 바쿠→체첸(러시아)→흑해(러시아)송유관이 재개통된데 이어 올해는 바쿠→그루지야송유관이 개통되고 미국의 주도아래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지중해, 카스피해→이란→걸프라인 건설계획 등이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도 작년 6월 카자흐와 신장(新疆)을 잇는 3천㎞ 길이의 송유관 건설계약을 체결, 올해부터 2003년까지 5억8천5백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밖에 서유럽과 같은 면적인 카자흐는 철광석 망간 금의 부존량이 세계 1∼7위, 우라늄은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부국이다. 그러나 에너지개발 자체가 아직 초기단계라 국민은 ‘자원’판매의 효과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우즈베크의 대우자동차나 카자흐의 일부 석유화학 공장 등을 제외하면 기간산업과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각국 정부는 자원에서 벌어들인 돈을 도로 통신 공항 항만 주택 댐건설 등에 집중하고 있다. 각국은 이들 사업추진을 위해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가 하면 공장건설 때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세제와 인허가절차에 있어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인구 6천5백만명에 서유럽 면적의 1.5배인 중앙아시아. 사막속에 갇혀있던 카스피해는 이제 자원을 무기로 21세기 세계경제의 젖줄을 자임하고 나섰다. <바쿠·알마티=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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