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사냥꾼 몰려온다…증권업계에 문의 쇄도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될대로 위축된 올 연말이지만 증권회사 인수합병(M&A)팀은 파란눈의 고객들을 맞아 분주하기만 하다. 달라진 인수합병 관련규정을 묻거나 마땅한 인수대상 기업을 찾는 외국투자가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기 때문. D증권 관계자는 『보름전부터 하루 2,3건씩 외국손님들이 찾고 있다』며 『증권업계 전체로 보면 20∼30건 정도의 기업 인수합병건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외국투자가들이 우리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율이 지난 연말 대비 79%(29일 기준)나 폭등할 정도로 달러값이 「금값」이 됐기 때문. 게다가 외국인들의 국내기업 지분소유 한도도 30일 55%로 늘어나 사실상 완전자유화 됐기 때문. 반면 국내기업들의 상장주식 가치는 주가폭락으로 삼성전자 23억6천만달러, 대한항공 2억4천만달러 등 헐값이 됐다. 이미 한라제지가 미 보워터사, 한화에너지가 로열더치셸 등과 각각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고 기아자동차와 만도기계에 대해서도 외국기업들이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자본의 「사냥감」엔 기업매물 외에 부동산도 포함된다. 자금난에 몰린 우리기업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수천억원대의 부동산들이 국내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이 외국투자가들의 「입질」이 시작된 것. 건설교통부 담당부서엔 외국교포나 외국기업 대리인들이 부동산 취득관련 법규를 묻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다. 제지사업을 이미 외국기업에 매각한 쌍용그룹은 최근 자산가치 5천억원대의 용평리조트단지를 외국기업에 팔기로 하고 관련 서류를 인수의사를 밝힌 외국업체 3개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협조융자를 받은 한화그룹도 현재 서울 잠실의 유통부지와 옛 마포고교 부지 등을 매물로 내놓아 월마트 등 외국 유통체인들이 살 가능성이 높다. S부동산컨설팅의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시장조사에 머물고 있으나 국내 땅값이 계속 떨어지는데 임대료는 높아 투자가치가 높다』며 외국자본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외국투자가들의 진출형태가 △외국영주권을 가진 교포 △국내 대리인을 앞세운 외국부동산회사 △국내 건설업체와 합작개발 등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노른자위 땅을 싹쓸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래정·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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