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금융위기 조짐…주가 95년이후 최저치 폭락

  • 입력 1997년 12월 23일 20시 25분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일본에 금융공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10조엔의 국채발행과 2조엔의 특별감세 등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을 위한 긴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자금시장 흐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물론 2천3백억달러의 보유외환을 쌓아둔 일본이 국가부도를 낼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은 내년 결산기인 3월말 이전에 지불불능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일본발 세계 신용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금융불안이 가속화할 경우 해외자금조달난 등으로 회복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무라(野村)연구소의 김광수연구위원은 『한국은 더이상 일본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미국의 민간자본을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22일 전날보다 5백15.49엔(3.4%) 폭락한 1만4천7백99.40엔으로 마감했다. 닛케이주가가 종가기준으로 1만5천엔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95년 7월초이후 2년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주가하락으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엄청난 평가손실을 입게 됐다. 이미 누적된 금융기관 불량채권액은 9월말 현재 29조1백억엔(대장성 발표)으로 6개월전보다 1조1천1백억엔이 증가했다. 이마저 장부조작 등으로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다 내년 4월1일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8%를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겹쳐 사상최악의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 후지(富士) 산와(三和) 스미토모(住友) 등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도시은행(시중은행)들은 대출을 기피할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소형금융기관과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는 등 금융시장은 이미 악순환이 뚜렷해진 상태다. 이미 산요(三洋)증권 홋카이도다쿠쇼쿠(北海道拓殖)은행 야마이치(山一)증권 등 굵직굵직한 금융기관들이 연쇄도산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부도도미노」는 내년쯤 절정에 달할 전망. 일본 정부는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비율이 BIS기준보다 낮은 은행들에 대해 몇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진화책에 부심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정부가 보유외환을 긴급대출, 개별은행의 외화부도를 막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미 일본 금융계가 금융공황 직전의 상태에 들어갔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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