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깊어가는 反韓감정]『도움 청하면서 삿대질』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한국의 경제위기로 한미(韓美)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고운 눈초리가 아니고 미국은 『한번 혼날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양국간의 갈등은 위기의 본질과 처방에 대한 견해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일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입장차이가 양국 국민간에 심한 감정대립으로까지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미정부 관계자들은 12일 한국의 일부 단체가 이른바 「경제위기의 5적(五賊)」을 지칭하면서 클린턴대통령을 그 중 하나로 든데 대해 경악을 금치못했다. 한 관계자는 『왜 클린턴이 5적의 하나가 되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13일 한국인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벌이고 있는 국산품 애용과 소비절약 운동을 『지나친 민족주의와 외국인 공포증의 산물로 자기파괴적 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이에 앞서 프린스턴대의 피터 케넌교수(국제통화정책)는 11일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한국에 줄 돈이 있으면 한국의 실책으로 희생된 다른 나라들을 지원하라』고 「독기」를 내뿜었다. 박건우(朴健雨)주미대사는 12일 워싱턴의 두뇌집단인 헤리티지재단 창립 25주년 기념식에 갔다가 미국의 각계 인사들로부터 『미국은 한국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도움을 받아야 할 쪽이 오히려 미국을 향해 화를 내고 삿대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무수히 들었다. 양국 관계자들은 이같은 감정 대립의 원인을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움직여 한국의 버릇을 고치려 하고 있다』는 일부 한국사회의 인식 △IMF의 금융지원을 상거래(비즈니스)의 하나로 보지 않고 민족적 수치로 보는 정서 △대다수 미언론들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논조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데서 오는 불만 등에서 찾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최근 『경제위기와 함께 점증하는 한국인의 반미(反美)감정이 미국인들의 반한(反韓)감정을 자극해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한미간의 이해와 협조에 장애가 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전문을 서울에 긴급히 보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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