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후지 코카-펩시 『쫓고 쫓기는 영원한 맞수』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7분


세계 최대의 항공기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회장이 유럽에서 최신형 에어버스 330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엔진고장으로 비행기가 추락해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휴대전화를 꺼내 본사에 이렇게 전한 뒤 이내 숨졌다. 『이제 에어버스 330시리즈는 끝장이야, 우리의 보잉 777이 이겼어』.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주고받는 이 우스개는 기업세계가 바로 끝없는 「경쟁의 전장(戰場)」임을 잘 보여준다. 세계 필름시장의 강자인 코닥과 후지, 콜라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코카와 펩시가 요즘 1등 고지를 지키고 빼앗기 위해 벌이는 싸움은 바로 전쟁 그 자체다. ▼코닥 대 후지〓세계 최대의 필름제조업체인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이 선두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수성(守城)전에 나섰다. 조지 피셔 코닥회장은 최근 『일본의 후지에 잠식당한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지가 올초 미국시장에서 제품가격을 코닥보다 30%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려 점유율을 높인데 대한 맞불작전을 선언한 것. 코닥은 광고와 판촉도 강화할 예정이다. 코닥은 종업원 9만5천명중 1만명을 해고하고 향후 2년간 10억달러를 절감하는 「다이어트」를 통해 이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키로 했다. 쫓기는 코닥의 상황은 절박하다. 달러화의 강세로 제품가격이 높아져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5%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코닥은 세계 사진필름시장의 42%를 차지해 부동의 선두이나 아시아지역에서는 후지에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일본시장 점유율은 10%에도 못미친다. 미국정부는 『후지와 일본정부가 코닥의 일본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코닥을 측면지원했다. 이에 대해 WTO가 5일 코닥에 패소판정을 내리자 미국은 『슈퍼301조를 동원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코카 대 펩시〓최근 뉴욕에서 미국 음료업계 경영자 회의가 열렸다. 지난 10월 폐암으로 사망한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더글러스 인베스터 신임 코카콜라회장은 첫 연설에서 화해신호를 보냈다. 그는 『사람이 마시는 음료는 하루 평균 64온스(1천9백20㎖)이지만 이중 소프트드링크는 4온스(1백20㎖)밖에 되지 않는다』며 『소프트드링크 업계가 개척할 몫은 60온스나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 시장점유율 44%로 31%의 펩시를 여유있게 제친 승자가 보인 여유다. 그러나 펩시의 크레이그 웨더럽 회장은 선전포고로 답했다. 최근 피자헛 타코벨 KFC 등 레스토랑을 처분, 5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한 그는 『코카의 시장지배를 분쇄하는 것이 펩시의 1차적 경영목표』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인베스터 코카콜라 회장은 『아마도 백년 전쟁은 할 것 같다』고 받아쳤다. 두 거인의 결전은 내년초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펩시가 내세울 주무기는 새로 개발한 레몬석회 드링크. 코카는 세븐업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번 싸움에서 코카는 최고경영자를 잃었고 펩시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처분해야 했다. 〈허승호·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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