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딸 살해는 父情의 불가피한 선택』美법원 판결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의 선택이었다」 「장애인의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었다」. 지난 4년간 캐나다 전국을 달구며 팽팽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한 아버지의 장애인 딸 살해 사건이 마침내 3일 법원의 관대한 처벌로 종결됐다. 배틀필드 법원의 테드 노블 판사는 이날 피고인 로버트 라티머에게 1년 징역형과 1년 자택감금을 선고했다. 노블 판사는 『모든 증거는 라티머가 딸을 사랑했고 그녀가 더 이상의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판시했다. 2급살인죄가 적용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94년 1차 재판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형이다. 이날 판결은 전국적으로 장애인 단체의 분노를 샀지만 살인의 동기를 가슴아픈 부정(父情)의 결단으로 받아들인 법의 상식과 관대함을 칭송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장애인 단체들은 『살인을 동정심의 발로라고 부르고 살인자에 대한 처벌을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는 세계는 병들어 있다』면서 『사회의 가장 약자인 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판결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티머는 판결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부인인 로라는 노블이 「용기있는 판사」라며 고마워했다. 농부인 라티머는 93년 당시 12세인 딸 트레이시를 자신의 픽업트럭 운전석에 누인 뒤 차 안에 자동차 배기가스를 주입해 숨지게 했다. 트레이시는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서는 걷지도 말하지도 먹지도 못할 정도의 극심한 뇌성마비 장애를 겪어 왔다. 이번 재판은 1차 재판때 법원의 배심원 선정이 잘못됐다는 변호인측의 재판 재청구 청원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이루어졌다. 〈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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