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수로」입찰, 국내3社 제살깎기 경쟁

  • 입력 1997년 11월 29일 20시 12분


해외건설이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업체끼리 출혈 수주경쟁으로 수익 악화를 가져오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적절한 대책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30일 실시될 3단계 리비아대수로 공사의 1차분 입찰. 3단계 공사는 총사업비만 54억달러로 추정되는 대역사(大役事)로 지금까지 1,2단계 공사는 동아건설이 단독 수주, 시공해왔다. 이날 입찰을 위한 사전심사(PQ)에 통과한 업체는 현대 대우 동아 등 국내 업체 3사와 캐나다 프랑스의 각 1개 업체 등 모두 5개사. 그러나 외국업체들의 수주가능성은 높지 않아 업계에서는 결국 국내업체간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입찰에서 국내업체들끼리 치열한 수주 경쟁에 나서면서 입찰가 덤핑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 일부 업체는 공사입찰가의 적정선으로 추정되는 15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에 응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협회 등은 해당업체를 대상으로 지나친 저가수주 경쟁을 지양하도록 유도했으나 해당업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종입찰에 나설 방침을 굳힌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요즘과 같은 국내경제 상황에서 우리업체끼리 경쟁하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문제지만 자유경쟁체제에서 업체들을 제지할만한 법적 장치나 다른 방법이 없다』며 『업체들이 국익을 근거로 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러나 『앞으로 1,2년간 국내경제와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부문을 대폭 강화하면 이같은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업계의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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