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신병환자 공포』…퇴원환자 2백명 도심 활개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국립정신병원이 최근 치료중이던 2백여명의 환자를 보호자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퇴원시키는가 하면 퇴원한 환자 1명이 퇴원 직후 이웃주민을 도끼로 살해해 도시 전체를 공포에 빠지게 했다. 24일 국영 ORT TV에 따르면 병원에서 내보낸 환자중 1명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고 도끼로 이웃 주민의 머리를 내리찍어 살해했다. 여기에다 정신병원 책임자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남은 환자 전원을 내보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이 이처럼 상식이하의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재정난 때문. 소련붕괴 이후 해군과 일부 지역 정치가들의 후원으로 운영돼온 이 병원은 얼마전부터 외부지원이 끊기자 치료는커녕 환자들에게 음식물조차 제대로 주지 못해 왔다. 더욱이 이 병원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전기와 수도공급이 수시로 끊기는가 하면 개점 휴업상태인 행정관청이 부지기수다. 연방정부에서는 예산을 책정해 내려보내지만 누군가가 이를 중간에서 횡령, 시민들의 굶주림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지역 행정책임자들에 대한 정화가 없는 한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를 정신병자들이 활보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 같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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